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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경제위기 노동자 책임론의 출발점

비정규직 사용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 개악 음모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11월 3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언급하더니, 최근 노동부까지 가세해 기간연장과 파견허용업무 확대 방안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만약 정부가 의도한 대로 법안 개정이 추진될 경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09년 2월국회에 상정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지 않아도 비정규직법을 개악하자고 주장했던 재계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기간제한’을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재계 주장대로라면 기업이 굳이 정규직 사용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10년, 20년 영원히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정치권은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법안 제출 여부를 가름질하고 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유일하게 차별시정 신청권 노조에 확대, 파견 2년 초과 시 고용의제, 특수고용 관련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비정규직법의 개정 근거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즉,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비정규직법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학계나 연구기관은 노동부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비정규직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이유는 경기가 어려워 그런 것이지, 비정규직법과는 연관성이 적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실패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사용자들의 비정규직법 편법악용을 합법화해주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는게 좋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은 재계 대표가 할 말이지 노동부 수장이 할 말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기간 연장이 되면 비정규직이 늘어나 125만원도 안되는 저임금노동자가 넘쳐난다. 소비를 늘려 내수활성화를 하자는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까지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노사갈등도 심각하게 격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파견허용업무 확대도 마찬가지다. 2008년 현재 파견노동자는 13만9천명(0.9%)이며 32개 업무에 한해 허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불법 파견 규모는 통계조차 파악이 안된다. 파견노동은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사용자 편향의 법제도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자유나 노조활동을 제약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률이 2.5%에 불과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파견노동의 증가는 결국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서서히 구조조정 위협과 임금억제론을 들먹이면서 노동자들을 이중삼중으로 쥐어짜게 될 것이다.선제공격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와 자본은 책임을 하나도 안지면서 위기 돌파책으로 노동자들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것이 비정규직법 개악의 본질이다.


따라서 정부는 즉각 비정규직법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기간제한을 더욱 강화해서 기간을 축소하고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는 길 뿐이다.

파견노동은 규제 강화를 통해 불법사용을 줄이고 차별시정제도는 노동조합까지 신청권을 주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외주, 용역,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여 보호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감세분의 일부를 서민과 노동자들에게 투입하면 가장 좋은 경제 위기 돌파책이 될 것이다.

지금 이명박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비정규직법 개악을 중단하고,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출처 : 민주노총 홈페이지 칼럼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