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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변희재를 위한 변명

지적수준의 기준이 무엇인지 변희재가 아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일주일에 3권의 책을 읽을 것이며, 시사잡지 등을 섭렵할 것이며, 정부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라."

저 역시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변희재처럼 시사평론가를 자청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왠만한 월급쟁이들은 일주일에 3권은 정말 힘든 분량입니다. 많이 볼땐 일주일에 4권도 독파해보았지만, 보통의 경우 일주일에 1권 읽기도 힘듭니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인지 변희재는 안드로메다에서 건너온 듯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만, 이런 것을 볼때 적당하게 생각하면 사는 제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변희재를 탓하는 글들은 웹상에 넘쳐나고 저 역시 몇편의 글을 썼으니 이 정도로 끝내고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지적수준을 논한 변희재는 과연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요?

민주주의의 기본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이 표현의 자유는 종교, 학벌, 사회적 지위, 재산, 인종, 성별을 떠나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습니다. 방종이 아니라면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럼에도 지적수준을 갖춘 자만이 떠들 수 있다고 말하는 변희재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요?

 

그게 바로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일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잣대. 그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은(계급이든 계층이든) 천박한 아우성일뿐이지,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 없으며,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변희재 뿐만 아니라, 지금의 MB정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얼마전 공개되었던 돌발영상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을 방문하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중에 가장 압권은

" 옛날에는 이런 말도 못하고 살았어. 이젠 이렇게 말이라도 할 수 있잖아"입니다.

 

 

 

 

"불만이라도 토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니 다행인줄 알아 이것들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입니다.

 

변희재는 자신이 봤을때 지적수준 미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꼴이 웃길 따름이겠죠.

 

자신의 과거 온갖 범법사실들은 잊어버린체 약자에 대해선 엄격한 준법을 강요하는 mb정부의 모습은 이중잣대를 남발하는 변희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국민의 지지가 약한 정부일 수록, 지지 기반에 문제가 있는 정부일수록 준법정신을 외치기 마련입니다.

 

그게 유일한 그들의 무기일 것입니다.

 

언론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보면서 언론을 독점하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은 500여년전 성경을 독점하고자 하였던 위정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영국의 윌리엄 틴테일은 글을 알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성경을 만들기 위해 영어로 번역작업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을 위정자들이 봤을때 천한 서민들이 접한다는 것은 절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틴테일은 42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하고 말았습니다.

위정자들이 봤을때 지적수준이 되지 못하는 천한 서민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접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위정자들에게도 지적수준이 되지 못하는 국민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그들의 인식수준도 pd수첩과 같은 언론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접한 국민들의 집단 행동에 불과했습니다.

 

21세기 국민들은 자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임에도 위정자들의 눈에는 왜곡된 정보로 움직이는 지적수준 미달의 집단에 불과한 것이었죠.

사회적 제약을 벗어나 토론할 수 있는 웹공간에 제약을 가하고자 하는 것 역시 이러한 흐름일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지적수준은 결코 함량미달이 아님을 보여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