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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서울지하철구조조정을 보며

중앙일보 5월 4일 기사중

서울메트로, 한 해 절반 171일 쉰 직원 포함 94명 퇴출후보로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 직원 A씨는 지난해 365일의 절반 가까운 171일 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 주 5일제 실시에 따라 1주일에 이틀씩 생기는 주휴일(104일)에다 병가(28일)·보건휴가(12일)·연차휴가(14일)·국경일(13일)을 모두 합쳐 쉰 것이다. 이 회사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직원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보건휴가 12일과 병원 영수증만 내면 쓸 수 있는 병가 30일을 법정 휴가와 별도로 주고 있다.

 

조.중.동 메이저 언론사들의 숫자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는 익히 유명한 것이지만, 기사제목처럼  365일중 171일 쉰 직원이란 제목은 정말 자극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1년동안 171일을 쉬었다면 1년의 반은 놀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제목 .이런 직원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기사내용에 나온 숫자를 바탕으로 판단을 해보자.

그 직원은 병가 28일, 보건휴가 12일, 연차휴가 14일, 국경일 13일, 그리고 주휴일 104일을 사용하였다.

국경일 및 주휴일은 근로자라면 누구나 쉬는 것이니 (물론 이런 기본적인 휴일도 못챙기는 열악한 사업장도 있지만) 171일에서 가감히 빼야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연차휴가와 보건휴가 병가가 남는다.

연차휴가는 연차사용촉진제도에 따라 사업주가 연차일수를 사전 공지하여 사용을 촉진하면 근로자는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는 연차보상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적으로 사용을 촉진하는 편이고. 공기업의 경우 사용자가 촉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편이다. 서울 지하철 공사 같은 경우 급여가 아주 높은 편이 아닌관계로 직원들은 보통 연차 수당 역시 보너스의 하나로 여기고 연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보상받는 편이다. 그런데 이 직원은 연차를 무려 14일이나 활용하였으니 회사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보건휴가의 경우 일반 기업체에서 부여하는 여름휴가 등의 성격과 비슷한 휴가이다.

이 휴가를 사용하고 말고는 직원의 재량이고 이런 휴가는 단체협약을 통해 부여되는 것이며 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절대 비도덕적인 것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병가 28일.

이 부분 역시 그 당사자가 악용을 하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규정상 문제 될 것은 없다.

3일 이상의 병가는 진단서를 첨부하니 아파서 쉬겠다는데(아프다는 것이 꼭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하철의 구조조정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악의적으로 171일을 쉰 직원이라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으나

내용만 간단히 읽어보아도 법적이든 사규든 단체협약이든 문제가 될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기사를 접할 사람들을 자극하고자 이런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 경영진과 중앙일보는 병가를 사용하는 직원 자체를 아주 불성실하고 비도덕적이며 무능한 직원으로 몰아가고 있다.

365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도덕적이고 성실한 직원인가.

기계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제대로 된 직원인가.

기사 내용대로라면 병가, 보건휴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주휴일과 국경일만 쉰 직원도 365일중 무려 117일을 쉰다.

365일중 겨우 248일밖에 근무하지 않는다.

이런 직원도 문제 삼을 것인가.

주 40시간을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을 쉬는 직장인들은 주간에 하루에 8시간 밖에 일하지 않고 무려 16시간이나 쉰다.

주간동안 겨우 40시간 일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무려 63시간을 논다.

일주일에 40시간 밖에 일하지 않고 63시간밖에 일하지 않다니 너무 많이 노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의 숫자 놀음을 원하는 것인가.

한국의 노동시간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주 장시간임은 잘 알려져 있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하여 경쟁력이 절대 올라가지 않음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이런 전근대적인 노동을 원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