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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일이 정권 명운 다하는 날"

120개 중대 1만여명의 경찰이 동원됐지만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열기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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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3차 범국민 추모대회가 7일 청계1가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경찰은 120개 중대를 동원해 청계광장 일대를 원천봉쇄했다. ⓒ 민중의소리 제공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 3차 범국민 추모대회’가 7일 오후 4시 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계1가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렸다. 애초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청계광장에서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청계광장 집회를 불허하고 주변을 경찰력으로 둘러싸 장소를 옮겨 추모대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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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제공
5천여명의 시민들은 “김석기를 구속하라” “편파수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이날 대회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다섯명의 사람이 죽었다. 아직도 슬픔을 억누를 수 없는데 경찰은 범국민 추모대회마저 막아서고 있다”며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을 규탄했다.


추모대회 첫 발언자로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경찰특공대 1천600명과 용역까지 2천여명을 투입해 5명을 죽였다”며 “사람을 죽여놓고 사과도 않고 오히려 죽인자들과 싸우는 양심들만 감옥에 넣고 있는 자가 과연 우리의 대통령이냐”고 호통쳤다.

백 소장은 “망나니보다 더한 개망나니, 개망나니보다 더 못한 쥐망나니는 우리 사는 마을에서, 서울에서, 나아가 인류가 사는 땅별에서 내쫓아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헌법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있으나 지금 검찰은 재벌과 정권의 봉사자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 변호사는 “용산참사 원인은 용역깡패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려고 망루로 올라간 철거민들을 향해 용역과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공격적 진압’에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주된 원인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 집단인 철거민에게 혐의가 있다고 미리 결론내리고 그에 맞춰 입증 증거를 찾는데 검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어 검찰 수사는 애초부터 불공정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전날 대학생대회를 마치고 이날 추모대회에 참가한 이원기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독재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이 끝까지 싸웠던 것처럼 우리도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성수를 살려내라, 양회성을 살려내라, 윤용헌을 살려내라, 한대성을 살려내라, 이상림을 살려내라”

순간 장내가 숙연해졌다. 사회자가 고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고 양회성씨 아들은 종민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제가 처음 본, 불탄 시신이 아버지였습니다. 돌아오시면 마주 앉아 소주 한 잔 나누려고 했던 작은 행복마저 빼앗겨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은 용역의 폭력을 피해 살려고 망루로 올라갔는데 경찰이 망루까지 올라가 죽일 줄은 몰랐다”며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양씨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동안 경찰이 해산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참가자들은 “살인경찰 물러가라” “김석기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로 경찰 방송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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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앞장서 행진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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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용산참사 추모대회에 참석자들이 행진하려 하자 참석자들을 인도로 몰아붙이며 행진을 가로막았다. ⓒ 민중의소리 제공


김태현 범대위 상황실장은 “검찰이 9일 그동안과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그날이 바로 이명박 정권 명운이 다하는 날”이라며 “정월대보름날 쥐를 잡던 민족의 풍습대로 정월대보름인 9일, 빈민과 노동자, 농민, 서민의 생존권을 갉아먹는 청와대 쥐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9일 대규모 촛불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6시경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애초 청계광장으로 향했으나 경찰이 가로막아 을지로를 지나 보신각 부근에서 도로를 점거했다. 한 시간 가량 종로2가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한 참가자들은 동대문, 을지로 일대에서 시위를 벌이다 오후 8시 30분경 명동성당으로 이동해 정리집회를 열고 추모대회를 마무리했다.

행진과정에서 경찰은 시민들에게 파란 색소를 뿌리며 행진을 가로막고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120개 중대가 동원된 이날 경찰은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경찰버스로 골목들을 완전히 차단해 시민들의 불편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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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추모대회 참석자들을 경찰이 인도로 몰아붙이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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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파란색 색소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고 있다. ⓒ 민중의소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