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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특단의 국정쇄신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보도자료] 故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즈음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특단의 국정쇄신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1주일간 국민들은 통한과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고, 한동안 또 그러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저는 영결식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헛되지 않게 하고,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전면적 전환을 위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 국론분열은 없어야 한다며, 통합정치와 국민화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대결의 정치에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소망입니다.
그렇지만 전제가 틀렸습니다.
자기고백과 성찰이 없는 국민통합 주장은 ‘놀부가 형제우애를 말하는 격’입니다.
국민적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끝도 없이 늘어 있는 조문행렬이 왜 분노하며 눈물 흘리는지 모른다면 역주행 정권, 동문서답 정권임을 다시 한번 자인하게 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지 않고, 고인 앞에 머리 숙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치권력과 검찰권력, 언론권력이 하나가 되어 과거정권과 끊임없는 대립을 통해 모욕주기를 일삼아 왔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정치수사, 편파수사, 언론재판이 되었던 연유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고백해야 합니다.
국민이 이룩한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폄하와 훼손,
권위와 통제와 억압의 정치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들의 눈물에 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권이 애써 지우려고 했던 ‘잃어버린 10년’의 실체는 그칠 줄 모르는 조문행렬입니다.
후퇴 없는 민주주의, 제왕적이지 않은 권력을 바라는 국민소망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MB악법과 부자-재벌 퍼주기 정책을 포기하고 있지 않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배짱이 대단하기만 합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반성의 결과를 제시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특검과 정치검찰에 대한 쇄신은 쇄신책이 아니라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그 정도의 꼬리 자르기식 미봉책으로 국민의 울분을 달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국정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선언하는 ‘총체적인 국정쇄신책’이 있어야 합니다.
특단의 국정쇄신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지금 즉시 이유 없는 시청광장 틀어막기를 중단해야 합니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줄곧 역사의 현장이 되었던 곳이 서울 시청광장입니다.
축제와 분노가 뒤엉킨 서울 시청광장은 국민들의 신문고 입니다.
지금 서울 시청광장을 에워싸고 있는 전경버스는 오로지 청와대의 필요에 의해 국민들을 분리시키는 불통의 장벽일 뿐입니다.
오래전부터 백성이 두려운 권력의 주변에는 총칼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두려운 대통령입니까.
90년 전 고종황제의 인산(因山)일,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백성들의 조문행렬이 3.1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이 두려워 일제가 총칼로 가로막던 현장이 바로 지금의 대한문입니다. 시청광장이 막혀 비좁은 덕수궁 돌담길에 에돌아 서있는 조문행렬은 아직도 뿌리 깊은 친일의 잔향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국민이 두려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권에 울리는 경종이자, 정권에 대한 경고입니다.
슬픔과 애도를 넘어 우리가 짊어지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분이 다하지 못한 정치적 가치의 완성을 이뤄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역시 그 길에서 통렬한 자기반성과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5월 28일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