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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NCC지회 노사화합 선언에 이어 민주노총 탈퇴...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로 나아갈 것"?.

'새로운 노동운동'은 전혀 새롭지 않다
NCC지회 노사화합 선언에 이어 민주노총 탈퇴...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로 나아갈 것"?
 

지난 5일 임금동결 노사화합 선언식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화섬노조 울산지부 소속 NCC지회가 18일 민주노총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이어 19일 오후 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민주노총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NCC지회는 지난 9일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총회를 열고 조합원 전원으로부터 탈퇴원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노조 울산지부는 두 차례 대표자회의를 거치며 지난 18일 탈퇴와 상관없이 NCC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제명을 화섬노조 중앙에 요청하기로 했고, 20일에는 '민주노총 탈퇴선언과 관련한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화섬노조 울산지부는 7일 오전 NCC지회장과 20여분간 통화하면서 "왜 그런 것(노사화합선언식)을 했는가?"라고 묻자 NCC지회장이 "은행과 노동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면서 말끝을 흐리며 답변했다고 전했다.

화섬노조 울산지부는 또 "조합원 30명 규모의 울산 소재 노동조합이 서울의 프라자호텔에서 민주노총 탈퇴 선언 기자회견을 했는데 왜, 무엇을 위해서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연합뉴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NCC 김주석 지회장은 "현장에서는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사상생의 고민을 높이는 이때에 민노총이 주장하는 '정권과의 한판 싸움' 방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민노총을 탈퇴하고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혁신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NCC지회 뿐 아니라 최근 노사화합선언과 민주노총 탈퇴의 동일 모델을 보이고 있는 몇몇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일련의 과정과 증거들

물론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기에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재미있는 '숨겨진 진실'은 NCC지회보다 앞서 노사화합선언을 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한 화섬노조 소속 영진약품지회에서도 드러난다.

영진약품 노사는 NCC지회보다 열흘 앞선 지난달 26일 '휴직제, 무급순환휴가, 임금동결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자제'를 골자로 노사화합선언을 했다.

지난 11일 민주노총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영진약품의 노사화합선언에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의 핵심 지위에 있는 이 아무개 노동부장관 보좌관과 곽민형 화섬노조 전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곽민형 전 수석부위원장은 작년10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는데 당시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에 소속돼 있다는 논란이 있었고, 화섬노조는 당시 곽 수석부위원장을 영구제명했다.

곽민형 전 수석부위원장은 고(故) 권용목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상임대표 등이 출판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 출판기념회장에서도 맨 앞줄에 앉았다고 한다.

물론 홍승고 영진약품지회장은 "노사화합선언 때 곽민형 전 수석이 참석했지만 화합선언 과정을 곽씨와 협의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화섬노조 영진약품지회 최고 지도부가 노사화합선언을 앞두고 곽 아무개씨 등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쪽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몇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이 개최한 민주노총 탈퇴 관련 4명의 노조위원장 좌담회 뒷풀이에는 노동부 정종수 차관과 간부들이 참석해 격려했다.

민주노총은 또 영진약품의 경우 대주주인 KT&G가 2월26일(노사민정 합의 발표 사흘 후)로 노사화합선언 날짜까지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했고, 인천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관련 찬반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지난 8일 인천시와 인천지하철공사는 '노사화합이 지속되면 인천지하철 2호선의 운영권을 주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투표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고 제기했다.

이렇게 최근 노사화합선언과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한 노조들이 사전 협의를 했든 안했든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와 친밀해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노동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아직도 줄을 서서 노사화합선언을 대기하고 있는 노조가 꽤 있고, 이들의 순차적인 선언과 고 권용목 출판기념회 등 100만을 목표로 하는 제3노총 건설 일정이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이 노동계 '괴담'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뉴라이트 신노동조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알게 될 일이다.


4월말 제3의 노조가?

지난 15일 인터넷의 '한나라액션 블로그기자단'에는 '민노총 대체할 제3의 노조 4월말 출범할 듯'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여론 호응에 민노총 붕괴 등 여건 성숙'"이다.

그 기사는 "제3의 노조는 기존 노조가 대체로 임금투쟁이나 노동조건 등 물질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노동의 가치나 노사화합 등 정신적인 가치에도 매우 큰 비중을 둔 것이 눈에 띈다"고 적었다.

또 제3의 노조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이 3년 전부터 결성을 준비해왔며,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한 관계자는 "고 권용목씨가 추진하던 신노련 결성이 늦춰지고 있으나 여론 반응이 좋아지는 등 주변 여건 성숙으로 4월말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미 여러가지 방향에서 제3의 노조에 참여하려는 단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민노총 소속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대구지하철·광주지하철의 4개 지하철 노조가 오는 4월 말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이 투표 결과가 바로 제3노조 설립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기본 골격도 많이 짜졌다. 전국 단위에선 철도·시설관리공단·환경관리공단·공공의료법인 등 4개 분과가, 지역 단위에선 서울·대전·인천·부산 등 4개 지역의 공공기관 노조 연맹·협의회가 결성돼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제3의 노조는 전국 단위에서는 임금협상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를 하고, 지역 단위에서는 해당 지자체와 근로조건 등 세부적 사안을 협의하는 구조로 가져간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13년간 시행이 미뤄지던 복수노조 허용이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 제3의 노조는 더욱 급속하게 자리잡을 전망"까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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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사진=참세상)


자본이냐 노동이냐

이 '뉴'라이트 '신'노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운동은 사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운동이다.

지난 2006년 9월 창립한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은 구체적 실천강령으로 "▲노사간 가치관 개혁운동 ▲노동현장의 합리적 중재자 역할 ▲일터 사랑 실천운동 ▲일자리 만들기 실천운동 ▲장인(匠人)정신을 가진 프로 노동자 양성"을 내세웠다.

당시 뉴라이트 신노동조합의 정신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자유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이 나라를 지금과 같이 부강하게 일군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힘을 합쳐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간 기업들이 끊임없이 되뇌어왔던 내용들이다. "노사상생, 노사화합, 산업공동체, 자유화와 선진화, 일터사랑, 노사간 가치과 개혁 등등."

자본을 위한 노동조합의 저급한 모습을 보여온 한국노총을 대신할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변절자들의 집단"이며, 민주노조운동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들이다.

뉴라이트 신노동조합은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떨어져나갈 곳이 있는가 긁고 다니고, 그 부스러기들을 주워모은다.

민주노총은 12일 권용목<민주노총 충격보고서> 출판기념회에 맞춰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사회적 암적 집단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은 해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대기업들에게 공공연히 돈을 받은 사건은 이들이 지배자에 기생하며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가로막아 왔음을 단적으로 상징한다"며 "그동안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퇴보시켜 온 당사자인 뉴라이트 세력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세력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의 말대로 자본과 정권의 "노동운동 압살 책동과 민주노총 죽이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작태는 더욱 발악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십 수 년 전에 이미 정리된 사건을 들춰내 우려먹는 것은 노동운동의 근본을 성찰해 그 발전을 위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오직 민주노총 죽이기가 그 목적이며 저질 비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도 맞다.

그리고 적어도 민주노조운동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은 그런 부스러기들이나 변절자들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거꾸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그런 부스러기들을 낳고 있는 게 아닐까?

민주노총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들 변절자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는 진실이다.

사라진 노동자 원칙, 관료주의, 종파주의와 정파간 갈등, 조합주의 등등... 지난 12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민주노총 혁신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진단한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들이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기반이 마련돼 있을 때만 드러나는 법이라 하지 않던가.

그 위기를 부정하지 않고 맞서려면 모든 노동운동세력들은 지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매순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파업투쟁과 정치투쟁 운운하며 새로운 오른쪽으로 기울 것인가?

아님 그들이 보기엔 왼쪽, "제대로 투쟁하지 못한 게 문제니 제대로 투쟁하자" 쪽으로 기울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바로 '자본이냐, 노동이냐' 자본주의 사회의 끊임없는 근본적 대립이다.

 

전재민 기자/2009-03-20 오후 5:09:29

 

 

기사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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