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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다시 되돌아 본 대구지하철 참사와 철도․지하철의 안전 실태

 

다시 되돌아 본 대구지하철 참사와 철도․지하철의 안전 실태



이원준 (사고당시 대구지하철 위원장)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어느덧 4년이 되었다. 대구지하철에서 가장 혼잡한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는 사망 192명, 부상 146명, 직간접적 재산피해 약 7,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았다. 2․18 화재참사는 시민의 주요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안전과 서비스 보다 효율과 수익을 추구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공기업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라는 미명하에 1인승무제가 실시되고,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지는 등 수익을 추구하고 시민의 안전이 무시되면서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작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대구시는 모든 책임을 현장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겨, 기관사를 비롯한 우리 노동자들은 온갖 사회적 비난을 뒤집어쓰며 감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전국의 궤도노동자들은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다양한 투쟁을 벌이며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왔다. 이에 참사 추모 4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2003년의 참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대구지하철을 비롯한 전국의 철도․지하철의 안전 실태와 그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참사의 경과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경,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안심방향 승강장에 정차한 제1079호 열차에서 방화범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삽시간에 열차는 시커먼 연기로 가득찼다. 승강장에 설치된 모니터로 이를 발견한 기관사는 황급히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이미 불길은 열차 내부에 가득해져 버렸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우왕좌왕 하면서 역사 밖으로 대피하였으나, 9시 57분경 맞은편 대곡방향 승강장에 제1080호 열차가 진입하였다. 거센 불길은 금새 전원 공급의 중단으로 다시 출발하지 못한 제1080호 열차의 주름막1)으로 옮겨 붙었고, 불에 약한 열차의 연결배선관2)과 공기호스3)등이 먼저 손상되어 출입문과 안내방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기관사는 종합사령실의 지시에 따라 열차를 출발시키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거센 불길에 휩싸인 전동차속에 있던 승객들은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쓰러져갔다. 가까스로 대피하던 승객들 또한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출입구를 찾아 헤매다 유독가스에 희생되었다.



2. 마스콘키에 묻힌 진실

사상 초유의 지하철 화재참사가 발생한 이후 대구시와 정부는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했다. 사고 바로 다음날 중앙로역을 제외한 구간에서 전동차가 운행되었고, 사고현장은 군부대를 동원하여 정리하고 물청소까지 실시되었다. 지하철의 운행시스템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언론과 수사기관은 기관사를 비롯한 현장노동자들의 근무태도가 참사의 모든 원인인 것처럼 떠들어댔다. 특히 대부분의 승객이 사망한 1080호 열차의 마스콘키4)를 둘러싼 어설픈 논란은 정확한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게 했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도 없게 하였다. 소량의 휘발유로 발생했던 작은 화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대재앙이 되었던 원인은 결국 현장노동자들의 과실과 근무기강 해이로 돌려지고, 억울하게 희생된 승객들의 유족들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통곡해야만 했다.

이후 노동조합과 일부 언론에 의해 숨겨진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재판과정에서도 확인이 되었지만, 이미 왜곡되고 덮여졌던 상황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참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함으로써, 사고이후 제대로 된 안전대책은 온데 간 데 없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장밋빛 발표만 쏟아졌다.



3. 참사의 원인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은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과 안전에 취약한 지하철이 건설․운영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게 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2003년 참사 직후 대구지역의 37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대구지하철참사시민대책위원회’의 주장을 살펴보자. 시민대책위원회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다각적인 조사활동을 벌인 끝에 참사의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밝혀냈다.


첫째, 전동차 내장재의 문제이다. 화재가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대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은 전동차의 내장재가 FRP5)와 염화비닐수지․폴리우레탄 등의 가연성자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차의 각 량을 연결하는 주름막이 비닐 재질로 되어 있어 반대선로의 전동차로 쉽게 불길이 옮겨 붙었고, 승객들이 다른 칸으로 대피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전동차의 전원공급과 방송장치작동 등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배선관이 불길에 손상되고, 출입문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공기호스가 불에 타 버려 수많은 승객들이 전동차에 갇힌 채 희생되었던 것이다. 전동차의 내장재가 불쏘시개처럼 타오르고, 단 몇 분간의 불길에 열차의 기능이 쉽게 손상된 것이 작은 방화를 대형 참사로 확대시킨 최대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둘째, 취약한 방재시스템의 문제이다. 지하철을 건설할 때부터 대량수송․신속수송만을 강조하여 승객의 안전이나 비상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하고 시공하였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상유도등과 피난로․배전시스템․통신시스템․배연설비․환기설비․소화설비 등 어느 것 하나 비상상황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어렵게 대피하던 승객들도 결국 탈출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셋째, 1인승무제를 비롯한 안전요원의 부족이다. 기관사 혼자서 6~10량의 전동차와 수 천 명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1인승무제는 비상시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 참사에서도 두 기관사는 전동차 운행․사령과의 교신․출입문 조작․승객대피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혼자서 수행하면서 응급조치까지 취하다 다른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사고 열차의 후부에서 출입문을 조작하고 승객을 대피시킬 차장만 있었더라도 대형 참사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승강장에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거나, 사령실과 역무실에서 승객들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CCTV 감시요원이 있었더라면 참사의 희생과 피해는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이상에서 살펴본 참사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대구지하철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후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없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구지하철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들은 대부분 지하철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이란 미명하에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 공기업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경영혁신을 통한 효율성과 수익성의 제고 등을 추진하였다. 외환위기와 더불어 더욱 거세게 몰아친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쟁’과 ‘효율’을 절대 가치로 만들어갔다. 공익과 공공성이 우선시되어야 할 공공부문에서조차 비용절감과 이윤추구가 지상과제가 되어 버렸다.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수익확대와 적자해소를 위해 공공성은 실종되고, 수익성이 판을 치며 노동자들은 돈벌이에 내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1인승무제가 점차 실시되고 민간위탁과 외주용역의 확대로 비정규직이 넘쳐나게 되었으며, 승객에 대한 서비스와 안전은 점점 사라져가게 되었다. 정부는 각종 제도와 지침으로 이를 강제하면서 공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였다. 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철도와 지하철에서 돈과 이윤을 추구하면서 이제 이용승객들은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쩌면 대구지하철과 같은 참사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상황에 의해 경쟁적으로 건설되는 지하철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가미되자, 참사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던 문제점들은 이제 지하철의 일반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싸구려 불량 전동차가 도입되고,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게 되었으며, 1인승무제가 일반화되고, 현장의 안전인원은 정원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 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밀어붙인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철도와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수단의 공공성을 훼손함은 물론,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여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나게 된 근본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최근에 다시 알려진 지하철 역사에서의 석면자재 사용 또한 오로지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은 뒷전으로 내팽개친 결과인 것이다. 서민의 교통수단마저 수익성에 기반을 두고 돈벌이에 나서게 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엄청난 희생과 댓가를 치르며 그 총체적 실패가 확인되었다.



4. 안전을 위한 궤도 노동조합의 요구와 성과

대구지하철 참사이후 전국의 궤도노동자들은 지하철의 한 운영주체로서 현장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아 다음과 같은 안전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회의의 대정부 요구사항]


- 지하철(철도)의 안전대책마련을 위해서 1인 승무원제, 역 민간위탁, 기술․차량의 외주용역 등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포기하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공공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라


-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안전대책마련을 위해서 정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교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


- 전동차 불연 내장재로 전면교체, 역사 배연․제연 설비 완전보완, 대피가 용이한 역사 구조로 개선, 비상시 전원시스템 개선 등 역사구조․시설․설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라.


-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역사와 전동차의 방재 설비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라.


철도와 지하철 현장 곳곳에서 매일 땀 흘려 일하며 위험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전국의 궤도노동자들이 요구하였던 안전과 관련한 대정부요구사항은 대부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묵살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회의의 단위 사업장별 단체교섭에서도 각 노동조합은 안전과 관련한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사용자측은 이를 거부하였다. 지하철을 직접 움직이면서 경험하는 현장노동자들의 의견은 일회적 점검이나 탁상공론에서 나오는 안전대책보다 훨씬 올바르고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요구사항 가운데 안전인력의 확보․내장재의 교체․방재시설의 보강 등 일부 내용이 2003년 6월 대구․부산․인천지하철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을 거치고서야 특별단체협약 형태로 체결되어 시행되었다.


     

5. 정부의 안전개선사업 내역과 분석

참사가 일어난 후 대구지하철을 비롯한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에는 건설교통부와 감사원의 안전관련 특별점검과 감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개선이 필요한 사업으로 지적된 사항과 대구지하철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들로 수립된 ‘대구지하철 종합 안전개선대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구지하철 종합 안전개선대책 추진계획>   단위 : 백만원

분야별

연도별 추진계획

′03

′04

′05

′06

′07

75건

45건

16건

1건

5건

8건

66,005

6,079

15,377

11,065

7,000

26,484

시설개선

21건

9건

4건

-

4건

4건

17,511

181

3,200

-

5,930

8,200

전기통신개선

29건

16건

8건

1건

-

4건

20,405

938

1,392

661

100

17,314

차량개선

9건

5건

3건

-

1건

-

26,959

4,674

10,061

10,284

970

970

인적․제도개선

16건

15건

1건

-

-

-

1,130

286

724

120

-

-



<분야별 안전개선 사업 - 감사원>

구분

시설개선사업

전기통신개선사업

차량개선사업

인적․제도개선사업

1

승강장하부

배기팬운용개선

응급복구용광케이블 비치

 

전동차검사정비업무 개선

2

가스소화설비

설치장소칸막이개선

전력케이블방화도료 도포

 

승객의긴급신고수단 개선

3

역사․전동차내

광고물재질 개선

종합사령실운용장비 개선

 

정기설문조사방법 개선

4

승강장안전설비 개선

역사전기시설 개선

 

소방계획서수립내용 개선

5

 

변전소제어회로 개선

 

비상안내방송체계등 개선

6

 

 

 

역사내안전관리

인력확보 미흡

7

 

 

 

소방안전대책추진

관련재원확보대책 수립

8

 

 

 

안전관련직원들에대한

적성검사․보건복지업무개선




<분야별 안전개선 사업 - 건교부6)>

구분

시설개선사업

전기통신개선사업

차량개선사업

인적․제도개선사업

1

CC-TV와 

화재수신반 연계

CC-TV녹화장치 개선

전동차출입문비상

열림장치안내표지개선

자동운전구간기관사

기량향상방안개선

2

제연설비 개선

터널구간 대피로 확보

전동차안내방송등

대국민안전대책홍보

사령실 통합운영

3

청각장애인용 

시각경보기 설치

비상조명등 개선

전동차 내장재 교체

안전요원 보강

4

역사화재탐지설비 개선

승강장

비상비디오폰 설치

긴급상황시승객구조를

위한직원용응급장비비치

지하철관리조직 보강

5

선로내인명구조장비

비치및대피통로 확보

운전실내 승강장

확인용 CC-TV설치

전동차객실

수동식소화기 증설

대국민안전교육 강화

6

역사구조물

 안전점검구 확보

 

전동차

무선통신시스템구축

비상대응매뉴얼 개발

7

유도등 개선

 

전동차

객실통신시스템개선

모의운전연습기 개선

8

상수도 직결

소화설비 설치

 

전동차방호기능 확대

도시철도법령 정비

9

터널내 연결송수관

설비 설치

 

객실내 CC-TV설치

지하철사고조사기구설치

10

정거장

마감재료기준수립

 

 

기관사면허제및

운전사령기준 강화

11

승강장

비상피난통로 설치

 

 

직원비상교육 강화

12

 

 

 

종합안전심사제 도입

13

 

 

 

검수기동반운용방법개선

14

 

 

 

1인승무기준 마련




















<분야별 안전개선 사업 - 대구지하철자체 및 외부전문가>

구분

시설개선사업

전기통신개선사업

차량개선사업

인적․제도개선사업

1

피난구유도등보완

전차선로분진제거

전동차시트방염처리

사고수습복구종합체계확립

2

소방시설시각장애물이설

임피던스본드내부구조개선

 

 

3

소방시설물축광형표지부착

신호기계실회로보호용차단기교체

 

 

4

소화기추가비치

전동차옥상감시용CC-TV설치

 

 

5

터널내연기감지기이설

선로전환기유동방지

 

 

6

본선기능실안전시설설치

선로전환기제어계전기설치

 

 

7

축광형유도타일설치

선호사령X-터미널개선

 

 

8

환기개구부그레이팅설치

변전소예비품확보

 

 

9

 

전력사령워크스테이션개선

 

 

10

 

운전취급노후설비교체

 

 

11

 

통신케이블트레이덮개설치

 

 

12

 

전력사령전처리장치예비품확보

 

 

13

 

운전사령실CC-TV교체

 

 

14

 

통신기계실무정전장치증설

 

 

15

 

신호기계실인터페이스단자개선

 

 

16

 

역무원휴대용무전기비치

 

 

17

 

열차무선녹음장치개선

 

 

18

 

신호사령TTC설비개선

 

 

19

 

전력사령주컴퓨터보수

 

 


- 대부분의 안전개선대책이 화재사고 대비 중심으로 되어 있어 지하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탈선․충돌․장애․침수․테러 등 다양한 사고에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


- 무려 66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구지하철 종합 안전개선대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동차 내장재 교체를 비롯한 시설과 장비의 개선이 중심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참사의 원인에서도 나타났듯이 여러 가지 시설과 장비를 운용하고, 비상상황에서도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현장 안전인력의 확보와 또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의 수립이 중요한 것이다.


- 특히 참사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1인승무제’에 대해서는 문제점만 언급되었을 뿐 지금까지 1인승무의 폐지 또는 기준마련에 대한 논의나 연구 등 후속대책이 전혀 없었다.


- 미약한 인적․제도적 개선은 이후 2004년 ‘철도안전법7)’의 제정으로 그나마 일부 작은 성과가 나타나는 듯 했으나 ‘기관사 면허제’ 도입과 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과 미흡한 안전기준, 안전인력을 비롯한 안전시스템구축 조항의 미비 등으로 인해 현재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실정이다.


- 감사원과 건설교통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추진한 승강장 안전요원 배치나 역사내 안전관리인력 확보는, 공익근무요원의 승강장 투입과 안전업무 수행 여력 확보를 위한 승객의교통카드및자동화기기이용유도․매표무인화추진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익근무요원의 근무관리 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며, 역무자동화와 매표무인화를 빌미로 오히려 근무인원을 대거 감축하여 버렸다.


- 비상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현장 근무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인력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교육․훈련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관리자들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교육훈련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교대시간을 이용한 서면교육 위주의 형식적 진행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교대근무 체제하에서 근무자 전원이 참여하는 비상대응 훈련이 불가능함에도, 전체 근무자의 참여를 전제로 비상시 대응훈련을 하고 있어 실제 상황 발생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참사 이후 마련된 각종 비상상황 발생시의 대응매뉴얼 역시 상황에 따라 비번근무자․청소용역근무자․공익근무요원에다 심지어 임대시설물운영자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 이러한 결과 정부가 시행한 그 수많은 안전대책에도 불구하고, 2005년 1월 3일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철산역에서 전동차 탑승승객의 방화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여 전동차 3량이 전소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였다. 다행히 승객과 현장노동자들의 신속한 대처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설과 장비 개선이 중심이 된 정부의 안전대책이 그 방향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이 증명되었다.



6. 철도․지하철 안전의 현재 실태

- 현재 전국의 철도․지하철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과 장비를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과 현장의 노동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으며, 철도와 지하철 곳곳에는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이는 안전이란 대단히 포괄적이고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으며,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복잡다기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한 설비를 갖추어 놓아도 이를 제대로 운용할 인력이 없거나, 그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다.


- 더욱이 비상상황에서는 신속하게 대처하고 조치할 최소한의 훈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다. 참사 이후에도 단 한 명의 기관사가 수 천 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1인승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정비와 기술 인력은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와 안전을 1차적으로 담당하여야 할 역사는 아예 근무자를 배치하지 않고 무인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와 지하철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질 수는 없는 것이다.


- 참사가 난 대구지하철의 경우 ‘종합안전개선대책추진계획’에서 보듯이 안전관리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역사 근무자들이 기존에 수행하던 발권업무와 매표업무를 자동화․무인화 시킨 후 이들을 안전업무에 투입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작 역무자동화와 매표무인화가 시행된 이후에는 이를 빌미로 각 역의 근무인원을 3명씩 줄여 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도시의 지하철과 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 지금 전국의 철도․지하철은 여전히 적자규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침과 통제 속에서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경쟁적으로 현장인원을 감축하고 차량․기술 분야의 외주용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역사는 개인사업자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안전관리인력의 절대부족을 초래하고, 정비 및 기술 분야 업무의 기술력과 숙련도의 저하를 가져왔다. 또 역사의 운영을 개인에게 맡겨 각종 사고 발생 시 사령-기관사-역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고, 안전 관련 교육․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게 하였다.


- 이러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이용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비정규직을 확대하여 KTX 여승무원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철도와 지하철의 공공성을 훼손하여 요금인상․사회적약자에대한요금감면축소․적자선폐지․서비스저하 등을 유발시켜 이용승객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정부조직에서 공사로 전환된 철도공사는 수익 증대를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대, 문어발식 자회사 설립, 수익성 없는 역과 열차운행을 축소하는 등 공익을 도외시하고 철도의 상업화를 가속화하여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 한편 2003년 1호선에서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대구지하철은 바로 이듬해에 2005년 개통예정이었던 2호선 운영계획을 수립하면서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외주용역․민간위탁을 준비하였다. 참사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하철의 운영계획이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전문가에 의한 검증 한 번 없이 밀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호선 개통인원 충당을 위해 1호선의 정원을 무려 247명이나 줄이고, 2호선의 역사 12곳을 민간에 위탁하고 5개 분야에 외주용역을 시행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경비절감을 위해 절대 안전이라는 참사의 교훈은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조정 계획은 공공사업장에 대규모의 비정규직을 양산시켜 양극화와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으로 작업환경을 악화시켜 지하철의 안전운행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대구시와 지하철공사의 이러한 참사의 교훈을 망각한 구조조정 강행에 맞서 대구지하철노동조합은 2004년 7월부터 88일간의 전면파업과 수차례의 부분파업 등을 벌이며 212일간 투쟁을 벌였다. 마침내 2005년 2월 대구지하철 2호선 운영계획은 노사 동수로 추천하는 ‘시민중재위원회’를 구성하여 재검토하기로 노사가 합의하였으나, 이후 사측은 어렵게 구성된 시민중재위원회의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가면서 당초의 계획대로 1․2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에서 진행되어 왔고 또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 구조조정의 내용 중 안전문제와 관련된 몇 가지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1인 승무제와 인원감축』

-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에서 1인승무제의 위험성은 이미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비상상황에서 운전실에 있는 승무원 혼자서 승객 수천명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동안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도 1인승무제의 개선이 필요함이 밝혀졌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 혼자서 근무해야 하는 기관사는 차량의 입출고․운행․고장시조치․사령과의교신․출입문취급․승객감시 등 수 십 가지의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실정 속에서 열차의 후부에서 출입문을 취급하고 승객 감시와 안전사고 예방의 업무를 하는 차장 제도를 폐지한 것은, 각종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비상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떨어뜨려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 최근 철도와 지하철 역사에서는 자살이나 화재 등의 사고가 빈발하고 테러나 범죄의 위험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무원을 줄이는 것은 승객들을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 속에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이용편의 제공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 철도와 지하철을 구성하고 있는 수 많은 기술 분야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각종 시설과 장비에 대한 점검주기가 늘어나게 되었고, 해당 근무자들의 담당범위가 커져서 제대로 된 유지보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지하철 승무 현황>

구 분

수도권전철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부산지하철

대구지하철

인천지하철

광주지하철

승무원 수

2명

2명

1명

1명

1명

1명

1명

운전방식

수동운전

수동운전

자동운전

자동운전

자동운전

자동운전

자동운전


『역사 민간위탁』

- 하루 수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철도와 지하철의 역사를 개인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은 바로 그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도 개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는 역업무를 단순히 승차권판매와 승객안내 등으로만 한정하는 것으로써, 역사에서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승객에 대한 안전과 서비스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태이다.


- 더욱이 각종 기기와 설비가 밀집되어 있는 깊숙한 지하공간이라는 특성상, 역사에서 각종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은 물론 책임 있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근무자들에게 다양한 이례사태에 대비한 교육훈련을 반복하여야 한다. 그러나 계약으로만 맺어진 위탁역에서 그러한 교육훈련과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또한 비상상황 발생시 역-기관사-사령의 유기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함은 물론이다.


- 수탁자 선정이 사실상 해당 공사 간부퇴직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구실을 하고 있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대구지하철의 경우 2005년 수탁자 12명중 8명이 대구지하철 전․현직 간부였으며, 인천지하철의 경우 최근 수탁자격을 ‘공사에서 5년이상 근무한 자’로 제한하여 퇴직자 일자리 보장을 노골화 하였다.


- 민간위탁 역사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되고 있으며,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수탁자의 수익증대를 위해 실제 고용을 하지 않고도 서류상 고용을 한 것처럼 꾸미거나, 수탁자의 가족과 친인척을 대거 근무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국 지하철역사 민간위탁 운영 현황>

지 역

민간위탁 역의 수

(전체역의 수)

지 역

민간위탁 역의 수

(전체역의 수)

철도공사 수도권 전철

28개역(122역)

부산지하철

없음(매표무인화)

서울지하철

추진중

광주지하철

10개역(13역)

도시철도

추진중

대구지하철

12개역(56역)

인천지하철

6개역(22역)

 

 


『차량․기술 영역의 외주용역화』

- 철도와 지하철은 여러 기술적인 분야가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통합적인 시스템이다.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이나 기술 영역의 업무를 외주용역화 하는 것은, 자칫 운영시스템의 통합성을 해쳐 장애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진다.


- 전동차 중정비는 차량을 완전히 분해․정비․조립하는 것으로서 안전과 직결된 핵심 업무이다. 그런데도 이를 용역업체에 맡긴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아 숙련도가 저하되고 안정적인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기술 분야 용역업체의 대부분이 영세한 상황에서 난립하고 있고, 열악한 노동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고 있어 기술력과 책임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지하철 차량․기술 분야 외부용역 현황>

구 분

위탁분야

위탁범위 등 주요내용

인력절감

차 량

 중 정 비

․전동차 전기부품, 제동, 차체, 회전기, 대차, 윤축 등

△86

토 목

보 선

 궤도보수작업

․차량기지:면맞춤, 줄맞춤,궤간정정등 단순보수

․본선구간:레일,침목교환,분기기 중보수

△16

건 축

 역사 및 기지

 건축물관리

․역사 셔터, 자동문 고장보수, 안내표지판 관리

․역사및기지 바닥,벽체,천장,마감재보수

△12

기 계

 역사 환기,

 소방, 승강,

 위생설비

․시설:공조환기,냉난방,배수,급수,위생설비 유지보수

․소방:수신반,감지기등 기계시설물 유지보수

․승강:E/L, E/S,W/L 점검 및 법정점검 입회 등

△44

전 기

 역사조명및

 콘센트 관리

․역사 각종 조명 및 콘센트 보수

․기지 고소작업등, 조명타워, 외곽등

△10



7.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 안전대책

앞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구지하철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지하철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무시하고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강요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수립된 안전대책은 주로 시설과 장비를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만 집중이 되었고, 정작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정책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도와 지하철에 대한 구조조정과 상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장의 노동자들은 인원감축과 비정규직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불안에 떨면서 승객을 상대로 한 돈벌이에 내몰리고 있다.

물론 철도와 지하철은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하고 그 운영에 있어서도 수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계속되는 적자와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인해 경영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고 수입을 늘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가지는 공공성을 고려할 때 안전과 서비스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그로 인해 발생된 엄청난 희생과 경제적 피해를 생각하면 안전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과감하게 늘여야 할 것이다. 경영개선과 수지개선 또한 공공성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함이 당연하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는 사고 없는 안전한 철도․지하철을 만들어 나갈 몇 가지 방안을 고민해 보자.


먼저, 철도와 지하철에 대한 인식과 정책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철도와 지하철은 공공재이며 공익을 우선시 하여야 한다. 때문에 대규모 투자와 일정정도의 수지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래야만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모든 국민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돈보다 안전이 중요하며 비용절감보다는 서비스의 향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 되어야 하고, 대량수송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승객들을 안전하게 수송하여야 하며, 신속성과 정시성을 넘어서서 편의와 서비스를 우선하여야 한다. 철도와 지하철의 재정수지는 영리기업의 그것과는 달리 손익결산서 보다는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과 도시교통 문제의 해결로 파악하여야 한다. 더 이상 수익성에 매달리지 말고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둘째,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앞에서도 그 문제점이 드러났던 현장 안전인력의 감축과 민간위탁․외주용역을 다시 환원하여야 한다. 철도와 지하철의 현장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인력을 확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켜 체계적인 안전교육과 훈련을 실시하여야 한다. 더 이상 인적 구조조정에만 매달려서는 안전이 지켜질 수 없고 경영개선 또한 이루어질 수 없다. 대형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던 위험천만한 1인승무제를 폐지하고 하루빨리 2인승무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또 그 효율에 비해 재난방지나 안전관리 측면에서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자동화․무인화도 재검토 되어야 한다. 열차와 역사에 대한 무인화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으며, 열차운행 자동화와 역무 자동화는 그 효과나 효율성이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특히 과도한 자동화에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비용은 자동화 이전의 인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초과하기도 해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제 안전한 철도와 지하철을 위해 공공성을 되살리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하루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


셋째, 현장 안전관리 기구를 설치하여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운영기관, 노동조합, 시민단체, 전문가, 이용승객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현장 안전관리 기구를 구성하여 안전과 관련된 모든 설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게 한다면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은 훨씬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비록 이행되지는 못하였지만 이미 지난 2003년 대구․부산․인천 지하철에서는 현장안전기구로 ‘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노사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 안전관리 기구는 철도와 지하철을 몸소 운영하는 현장노동자들과 또 이를 직접 이용하는 시민들이 참여하게 되므로, 실질적인 안전 진단과 본질적인 안전대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사회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자본과 권력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근본적인 철도․지하철의 안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이러한 방안을 실현해 나가는 데는 이용시민과 현장노동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돈보다는 안전을, 수익보다는 공익을, 상업성보다는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을 진행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시는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하는 길이며, 참사 4주년을 되새기는 우리 모두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