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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엿보다

권력의 시녀에서 국민의 검찰로.. 반발이 아닌 반성하는 검찰이 되길.

 

검찰이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무죄 판결에 반발하자,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사법권 독립 훼손에 대한 우려의 뜻을 밝히는 등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15일 오후 오석준 공보관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비판적인 성명이나 언론 보도가, 그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회 폭력 혐의로 기소됐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무죄 판결을 두고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당의 자세한 경과 보고 요구와 항소심 영향을 우려해 곤란하다는 법원행정처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강기갑 무죄 사건'과 '용산참사 재정신청 문제'에 대한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의 긴급 현안보고에서 '강기갑 무죄 사건'의 부분이 누락되자 이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강력한 항의가 계속됐다.



강기갑 의원의 반성…"국회서 난리 치는 것 자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 사천읍 마을주민모임 '대동회'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난리를 치고 펄펄 뛰는 행동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국회에서 서민,농어민,실직자,장애인 등 소수자의 솔직한 마음을 대변하려다보니까 감정이 격해져서 보인 행동"이라며 "앞으로는 온화하고 따뜻한 정치인 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선 판사 위협은 용납되지 않아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의 비이성적 판결 비판이 부채질한 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 무죄판결에 대해 불만을 느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보수단체가 이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방법원 이동연 판사의 자택앞까지 가서 이 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항의시위를 하고, 출근을 저지하려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이 판사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 단체의 행동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해야 할 법관에 대한 직접적 위협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성을 잃은 일이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하더라도 판결에 대한 비판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법관 개인의 집앞에 가서 심리적 위협감을 느낄 정도의 항의시위를 하는 것은 국민 공감대를 결코 얻을 수 없는 방식이다. .



검찰이 해야 할 일은 ‘반발’ 아니라 ‘반성’


문제가 된 강기갑 대표의 행동을 검찰이 주장한 형법상의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기에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법원의 판결 근거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없이 판사가 ‘국회폭력’을 정당화했다는 식으로 판결의 의미를 왜곡한 것이 바로 이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었다. 판결의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다보니 판결의 의미조차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사법부 전체를 공격하는데까지 나아가고 있으며 마치 진보와 보수의 이념문제인 듯 왜곡하기까지 하고 있다.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정치인과 대형 언론일수록 그 영향력에 비례하여 신중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판결을 비판해야 한다.


국회사무총장실에 들어간 강 대표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협탁을 밀어뜨린 점이나 원탁 위에 올라간 점, 민주노동당이 부착한 현수막을 강제철거한 국회 경비 관계자들과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점 등에 대해 여러 정치적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이것이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임은 법률전문가에게는 기본이다.


검찰은 강 대표의 행동에 대해 국회 사무총장과 경비 관계자들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로 보고 공무집행방해죄를, 강 대표가 출입해서는 안 되거나 또는 출입을 제지받았음에도 무단으로 국회사무총장실에 들어갔다고 보고 ‘방실침입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폭행 또는 협박’ 뿐만 아니라 ‘직무집행 중’과 ‘직무집행의 적법성’이라는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후자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며, 강 대표가 사무총장실에 들어가게 된 과정과 상황을 엄밀한 증거조사를 거친 결과 ‘방실침입죄’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곧 검찰이 중한 처벌을 고집한 무리한 기소가 애당초 잘못이었고, 공소유지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국의 검사들이 강 대표에 대한 판결문을 충분히 읽어보았다면 과연 최근에 보인 감정적인 반발이 가능했을까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부실하고 무리했던 수사권과 공소권 행사를 반복하지 않게끔 이번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